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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admin)
등록일
2012.03.21
조회수
789
제목
[전시 평론]정제된 미의 제시
정제된 미의 제시

임경미 _ 박수근미술관 어시스턴트큐레이터

현대미술은 현대인의 감성을 반영한다. 현대인의 감성엔 불안이 저변에 깔려있다. 사회의 빠른 성장에 따른 변화에 누구나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현대의 작가들은 불안의 표현방법으로, 혹은 자기 치유의 한 방법으로 작업의 동기가 시작되곤 한다. 예나 지금이나 자연은 극복의 대상인 동시에 치유의 대상이기에 예술의 소재로 끊임없이 등장 해 왔다. 더욱이 현대의 자연으로의 회귀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로 다가온다.

그러나 작가 신태수의 그림 속 자연(산수)은 자기치유, 혹은 내면의 표현으로부터 시작되지는 않은 듯하다. 그림은 작가의 일부처럼, 자연스레 보고 그려나가는 습관이 일상에 녹아있어, 그림을 대할 때 작가를 대하 듯 평화롭고 아늑하다.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도 작가 신태수의 손을 거쳐 그려지면 현실에 존재하나, 현실에서 꿈꾸는 이상의 한 장면을 연출하듯 표현해 낸다. 양구, 정림리, 주변 이야기에 꾸며지지 않은 작가의 지긋한 시선이 더해진 것이다. 그러기에 감상자에게 그의 작품은 불편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아 어디서 많이 보아온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젊은 세대에겐 언뜻 독창성 없는 그림으로 낙인받기 쉽다.

작가 신태수는 매우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하다. 스케치북을 들고 양구 곳곳을 다니며 양구를 몸으로 가슴으로 알려고 노력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그 결과물이 스케치다. 전해들은 이야기가 아닌 그의 발로 밟고, 그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그 미묘한 기운을 놓치지 않고 모아 두려는 의지인 것이다. 그의 시선은 취사선택의 달인인 양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린다. 오감을 통해 얻은 스케치는 그의 작업실로 와서 그곳의 감동과 여운을 더하여 완성된다. 스케치 작업은 일시적 즉흥이 아닌 체험의 방식을 거쳐 숙련된 선들의 집합체로 적절하기 그지 없어 그의 수묵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준다.
작가 신태수의 수묵화는 스케치를 바탕으로 구성되지만, 현장스케치에 얽매이지 않고 실경이 주는 아름다움을 그의 미적안목과 숙련된 기술로 재해석해 낸 작품들이다.
수묵담채로 그려진 그의 작품을 보면 붓끝에서의 강한 필묵을 느낄 수는 없다. 중묵의 편안한 선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작품 곳곳에서 보여지는 적절한 진한 먹선의 처리는 드러냄 없는 강함으로 전해온다.
한편, 소양호, 파로호와 같은 광활한 장소를 담은 그림은 제한된 지면에 표현되므로 감상시 시각의 답답함을 줄 수 있다. 그에 대한 방법으로 작가는 대담한 사선구도와 무한한 공간감을 주는 여백처리로 그림에 시원한 시선을 유지하였다. 또한, 앞 풍경을 빈 여백으로 남겨두고, 뒷 풍경을 상대적으로 세밀히 그려나가면서 시각적 불균형이 주는 재미와 멋스럽게 조화를 이뤄 나가고 있다.
파서탕 가는 길은 전체적으로 가는 선들의 세밀함이 주요한 작품으로, 스케치와 더불어 선의 묘미를 한껏 살렸다. 복잡해 질수 있는 그림에 먹의 농담만으로 마무리하여 전체적 균형을 꾀한 듯하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거스름없는 고요함을 주는 그림에 비해, 요소 요소들은 다소 그렇지 않다. 거친 필선과 진한 발묵, 화면을 가로지르는 대담한 구도, 과감한 생략 등 자못 극단적인 표현들일 수 있으나 적절한 배치와 효과적인 필선의 변화있는 사용으로 작가 신태수만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종이에 먹이라는 전통재료에서 오는 식상함을 작가의 세련된 시각과 단순한 필선 속에 농축된 미가 보완하며 타인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의 그림에서는 포토리얼리즘의 숨막히는 묘사,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 공감할 수 없는 소재, 개념미술에서 오는 난해함은 찾아 볼 수 없다. 어쩌면 복잡한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예술이 아니라, 세상에 초연한 작가가 정제된 미를 보여주는 예술상을 그가 제시하는 지도 모른다. 동시에 그의 삶을 그림에 반영하기도 한다. 효과적인 여백의 활용은 작가적 삶의 여유와 자유를 느끼게 하며, 간간히 들어간 농묵으로 처리된 바위는 평탄치만은 않은 작가로서의 수십년의 삶처럼 고집섞인 강인함을 표현하는 듯 하고, 농묵과 담묵이 주는 시각적 유희는 유연하게 살아온 작가의 다양한 모습이 그림 속에서 아스라이 떠오른다.

그는 적당히 보여주고 나머지는 과감히 생략한다.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주변의 풍경과 이야기를 소재로 하기에, 자연스런 공감대의 형성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의 지속적인 의도와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기량이 없다면 공감대 형성은 불가능하리라 본다.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거스름이 없기에 편안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면, 신태수작가의 시선을 좇아 옛이야기를 듣듯, 정림리와 그 일대를 거닐어 보는 것도 이번 전시를 통한 의미있는 여행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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